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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우리 강아지, 혹시 치매일까요?

by 보라 향초 2025. 5. 15.

강아지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하얀 강아지가 바닥에 엎드려 정면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우리집 할머니 강아지 마음이 입니다.

1. 강아지, 치매 증상, 이렇게 알아보세요.

우리 반려견이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15살 노견 몰티즈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를 보면서 혹시 내가 모르는 병을 앓고 있지는 않은지 치매를 앓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엔 이상한 행동들이 반복된다면, ‘강아지 치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주인을 못 알아보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려지는 행동입니다. 또 자주 멍하니 허공을 보거나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모습도 흔히 나타납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배변 실수입니다. 원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던 아이도 집 안 여기저기에 소변을 보는 일이 많아지게 되죠. 실제로 제 친구 13살 몰티즈 ‘두리’는 밤마다 돌아다니며 낑낑대는 모습을 보였고, 친구

는 처음엔 단순히 불안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인지기능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와 생활 개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CCDR(강아지 치매 자가진단 설문지)**입니다. 보호자가 지난 6개월간 관찰한 10가지 행동 항목(방향 감각, 배변 실수, 멍하니 있는 시간, 가족 인식 등)에 점수를 매기면, 현재 반려견의 인지 기능 저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총점이 16점 이상이라면 인지 장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의사의 정밀 진단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에 알아차리고 대응한다면 진행을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치매인지 노화인지, 구분하는 방법

노령견이 보이는 모든 변화가 반드시 치매 때문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이 불편해지고 반응이 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매와 노화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먼저 신체 기능 저하가 중심인 노화는 귀가 잘 안 들리거나, 관절이 아파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반면, 치매는 기억력, 공간 인식, 감정 반응 같은 ‘정신적 변화’가 주된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밥을 주는 장소를 못 찾거나, 산책 중 자주 길을 헷갈리는 경우는 뇌 기능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병원에서는 보호자와의 문진 외에도 다양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가장 먼저 활용하는 것이 바로 CCDR 설문지 또는 CADES 평가표입니다. 설문으로 현재의 행동 변화 정도를 수치화한 후, 추가로 혈액검사를 진행해 갑상선 기능 저하나 간·신장 이상 같은 다른 질병 가능성을 배제합니다. 필요한 경우, 뇌 MRI를 통해 뇌 수축, 종양, 염증 등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게 되며,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시각 반응, 균형, 근긴장도 등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강아지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꽤 많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늙었다고 넘기지 않고 한 번쯤 전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아이의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3. 치매 강아지를 위한 따뜻한 케어 방법

치매가 진단되었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보호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집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일상의 안정감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강아지는 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에 식사 시간, 산책 시간, 수면 시간 같은 일과를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구의 위치를 자주 바꾸거나 낯선 환경에 데려가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자주 눈을 맞추며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의 불안감이 많이 줄어듭니다.
인지 기능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간단한 장난감 놀이, 냄새 맞추기, 천천히 걷기 산책 등은 뇌 활성화에 도움을 줍니다. ‘터널 지나기’, ‘숨은 간식 찾기’ 같은 소소한 놀이도 아이에게는 큰 자극이 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의사와 상의하여 인지기능 개선 약물이나 영양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DHA, SAMe, 항산화제 등이 포함된 보조제는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시니어 전용 기능성 사료도 함께 추천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실수나 밤샘 행동으로 인해 지치고 속상할 수 있겠지만, 이 시기를 함께 잘 넘기는 것이 강아지에게 가장 큰 위로입니다. 치매는 사람에게나 반려견에게나 너무 잔인한 병이지만  아이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더라도, 매일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세요. 치매는 완치는 어렵지만, 사랑과 돌봄으로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